자본 위험 프리미엄 (ERP, Equity Risk Premium)

자본 위험 프리미엄의 의미와 계산하는 방법, 그리고 S&P 500에 대한 자본 위험 프리미엄의 과거 사례를 정리.

자본 위험 프리미엄이란?

자본 위험 프리미엄(ERP, Equity Risk Premium)이란 무위험 자산 대비해서 위험 자산이 가지는 프리미엄이 얼마인지를 산출한 것이다. 따라서 그 값이 클수록 해당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큰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자본 위험 프리미엄의 계산 방법

자본 위험 프리미엄의 계산식은 다음과 같다.

  • 자본 위험 프리미엄(ERP) = 위험 자산 기대수익률 - 무위험 자산 기대수익률

S&P 500에 대한 ERP를 예로 들어 좀 더 구체적인 식으로 표현해 보자.

  • ERP = S&P 500 PER의 역수 x 100 - 미국채 10년 물 금리
  • ERP = S&P 500 Shiller PER의 역수 x 100 - 미국채 10년 물 금리

첫 번째 식은 S&P 500의 기대수익률을 일반적인 PER로 구한 것이고, 두 번째 식은 기대수익률을 Shiller PER로 구한 것이다. Shiller PER은 로버트 J. 실러 교수의 계산법으로 구한 PER을 말한다. 실러 교수는 PER 계산 시 인플레이션을 고려하기 위해 지난 10년 영업이익의 평균을 사용했다. 편의를 위해 첫 번째 식은 일반 ERP, 두 번째 식은 실러 ERP라고 후술할 예정이다.

1970년 이후 S&P 500에 대한 ERP

S&P 500의 일반 ERP, 실러 ERP 그리고 지수를 표시한 차트
S&P 500의 일반 ERP, 실러 ERP 그리고 지수를 표시한 차트

Trindex를 이용해 앞서 언급한 두 식과 함께 S&P 500 지수(^SPX)를 펼쳐 보았다. 참고로 S&P 500의 일반 ERP는 [전문가 수식 가져오기]를 통해 제공하고 있지만 실러 ERP는 아직 해당 메뉴에 리스트 업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사용자 수식] 메뉴에서 적당히 편집해 줄 필요가 있다.

1970년대 (1, 2차 오일 쇼크)

차트를 확대해서 1970년대를 살펴보자.

1970년대의 S&P 500 지수, 일반 ERP, 실러 ERP를 표시한 차트
1970년대의 S&P 500 지수, 일반 ERP, 실러 ERP를 표시한 차트

우선 70년에서 72년까지는 ERP 지표가 주식 배팅의 근거로 사용되긴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구간의 두 ERP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마이너스에서 머물렀기 때문이다. 일부 플러스 전환 시점에서 주식에 투자를 했다면 좋은 성과를 거뒀겠지만 이론적인 관점에서 고작 0.X%라는 프리미엄으로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 보기 어렵다.

74-75년의 경기 침체 구간에서는 주식 프리미엄이 상승하는 것을 보여준다. 장기 금리의 상승 폭 보다 주식의 하락 폭이 더 심하게 나타나면서 ERP가 매력적인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후의 주가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이때는 주식을 바닥에서 매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1980년대 (폴 볼커의 고강도 긴축 & 저축대부조합 사태)

1980년대의 S&P 500 지수, 일반 ERP, 실러 ERP를 표시한 차트
1980년대의 S&P 500 지수, 일반 ERP, 실러 ERP를 표시한 차트

경기 침체로 시작한 1980년대는 초반 두 차례의 경기 침체 시마다 ERP가 상승하며, 주식 매수의 적기를 보여준다. 이후 주식은 85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하여 87년 블랙 먼데이 시점에서 폭락하는데, 주식의 폭락에도 불구하고 두 ERP 모두 0%를 하회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1990년대 (저축대부조합 사태)

1990년대의 S&P 500 지수, 일반 ERP, 실러 ERP를 표시한 차트
1990년대의 S&P 500 지수, 일반 ERP, 실러 ERP를 표시한 차트

1990년대는 90-91년에 걸친 경기 침체에서뿐만이 아니라 모든 구간에서 주식에 프리미엄이 없는 것으로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P 500 지수는 꾸준히 우 상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만약 ERP 신호만을 기다린 사람이라면 허송세월을 보냈을 것이다. ERP 지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닷컴 버블 & 글로벌 금융 위기)

2000년대의 S&P 500 지수, 일반 ERP, 실러 ERP를 표시한 차트
2000년대의 S&P 500 지수, 일반 ERP, 실러 ERP를 표시한 차트

2000년대에는 낮아진 기준 금리 레벨 덕분인지 ERP를 다시 매수 신호로 사용할 수 있을 수준으로 주식 프리미엄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닷컴 버블 붕괴기까지는 충분히 올라오지 못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는 실러 ERP 기준으로 충분한 신호를 보여 주었다.

이때 일반 ERP는 리먼 브라더스 파산을 기점으로 해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특이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만약 ERP 지표를 사용한다면 실러 ERP에 좀 더 무게를 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2010년대 (유럽 국가 부채 위기 & 미중 무역 갈등)

2010년대의 S&P 500 지수, 일반 ERP, 실러 ERP를 표시한 차트
2010년대의 S&P 500 지수, 일반 ERP, 실러 ERP를 표시한 차트

2010년대에는 중반까지 두 ERP 모두 제법 높은 수준에 머무르면서 주식 매수 신호로서 유용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래도 2015년 말까지 이어진 제로금리 정책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2015년 말부터 2018년 말까지는 기준 금리 인상에 영향을 받으며, 다시 전반적인 레벨이 하락한다. 덕분에 2018년 말 주가 폭락기에 매수 신호로 사용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을 보인다.

2020년대 (Covid-19 팬데믹 &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도래)

2020년대의 S&P 500 지수, 일반 ERP, 실러 ERP를 표시한 차트
2020년대의 S&P 500 지수, 일반 ERP, 실러 ERP를 표시한 차트

하지만 2020년에 들어서면서 다시 제로 금리의 시대가 열리고 ERP 수준이 높아져 코로나 팬데믹 위기에는 좋은 신호를 보여줄 수 있었다.

정리

S&P 500에 대한 ERP 지표를 주식 매수의 신호로 사용하는 것은 괜찮은 생각이라 판단된다. 하지만 위 수식을 그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게 결론이다. 70년대 초반, 블랙 먼데이, 90년대, 닷컴 버블, 2018년 말의 폭락 등 ERP 레벨이 전반적으로 낮아 주식의 매력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적당한 팩터를 추가해서 스케일링을 한다면 상당히 쓸만한 매수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지표를 매도 신호로 사용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앞서 각 연대별로 살펴보면서 매도 신호로서의 언급을 전혀 할 수 없었던 것처럼 분명하게 드러나는 특징이 없어 보인다.

 

※ 위에 나온 차트들은 안드로이드 앱 Trindex에서 무료로 제공되며,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다음 링크를 확인해 주세요.

안드로이드 앱 Trindex 소개